‘내가 반 웃고, 당신이 반 웃고’라는 시 구절(장석남 시인의 시, 「그리운 시냇가」 중에서)을 좋아한다. 콩 한쪽을 나눠먹듯 웃음도 반반씩 나눌 수 있다니. 아니, 행복이란 온전한 하나를 찾는 것이 아니라 절반을 비워두는 것이란 걸 배우게 된다. 다정한 미소를 건넴으로 우리는 웃음을 나눠가진 ‘사이’가 되고 그 틈으로 추억이 싹튼다. 그리고 이렇게 주고받은 다정함의 경험으로 아기들은 세상으로 나아갈 용기를 얻는지도 모르겠다.
2021년 전 세계가 코비드 바이러스와 전쟁을 하고 있을 때, 뉴질랜드는 락다운을 통해 마트, 병원, 주변 산책 외에는 모든 움직임을 제한했다. 아이들은 학교에 갈 수도, 친구를 만나 함께 놀 수도, 심지어 바로 옆 집에 놀러 가는 것도 불가능했다. 따분함을 느낄 아이들을 위해 사람들은 창문가에 곰 인형을 꺼내 두었다. 유명한 동화책인 '곰 사냥을 떠나자(We are going on a bear hunt)' 내용처럼 아이들이 산책 길에 곰 인형을 찾으며 무료함을 달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거대한 곰, 자그마한 곰, 하얀 북극곰, 까만 판다 곰, 무지개 빛깔의 곰 등등 정말 곰 인형이 없는 집이 없구나 놀랄 정도였다. 아이들은 곰 인형을 발견하고는 탄성을 지르며 기뻐했고, 가족들에게 자신이 찾은 인형의 숫자를 말하며 들떠했다. 다정한 마음에 형체가 있다면 바로 저 복슬복슬한 곰 모양일 거라고 확신했다. 모양과 색깔은 저마다 다르지만 자세는 똑같았다. 모두 집 안이 아닌 바깥을 향하고 있었다.
다정한 무언가를 하는 건 어렵게 느껴지지만, 그저 바라보는 것부터 해보자고 마음먹는다. 우리 주변에 가장 작은 것을 발견하고 우리 사회의 가장 작은 사람을 찾는 것부터. 그 바라봄 자체로 용기를 얻는 이가 분명 있을 테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