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제된 것처럼 비슷비슷한 집들, 외부인의 시선을 경계하며 높이 담장을 쌓아 올린 대도시 풍경과 달리, 헌틀리의 집들은 제각각 모양이 달라서 저마다의 표정이 있는 것 같았다. 또 담장이 없거나 무릎 높이로 낮아서 주민들이 정성껏 가꾼 정원을 구경하는 재미가 있었다. 한 번은 정원에서 가지 치기를 하고 있던 할머니와 눈이 마주쳤는데, 할머니는 레몬이 많이 열린다며 원할 때마다 편히 와서 따가라고 하셨다. 집 앞에 ‘무료(free)’라고 적은 후 오렌지, 레몬, 파슬리 등을 바구니에 담아 내놓는 집들도 쉽게 볼 수 있었다. 자신의 가족이 먹을 만큼만 남기고 주변 이웃들에게 나누는 모습은 그 어떤 멋진 풍경보다도 오래 잔상이 남았다. 또 헌틀리에는 채석장이 있는데 이곳에서 캐낸 돌로 만든 벽돌은 뉴질랜드 최고의 벽돌로 꼽혔다. 오래된 집들은 대게가 벽돌집이었고 지역에서 만든 동일한 벽돌을 사용해 헌틀리의 고유한 색을 만드는 것 같았다. 은은한 금빛의 벽돌은 하나일 때도 예뻤지만 한 집, 두 집 더할수록 더욱 빛났다.
지난 5년 동안 필름 카메라로 담았던 헌틀리의 아름다운 풍경들과 보석 같은 사람들을 전시하며 한편에는 지역 사람들에게 헌틀리가 어떤 의미인지 묻는 코너를 마련했다. 헌틀리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기를 바라며. ‘헌틀리는 집이다. 이곳에 내가 사랑하는 가족과 친구들, 커뮤니티가 있다.(티나 Tina)’, ‘헌틀리는 나의 수많은 특별한 추억들을 담고 있다. 이곳에서 나의 첫 직장을 구했고, 가장 친한 친구를 만났다. 그리고 그 친구는 그녀가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50년 동안 나의 곁에 있었다. 우리는 함께 이곳에서 춤을 추고 영화를 보며 행복을 나눴다.(마가렛 Margaret)’, ‘이곳에서 나의 남편을 만났고, 나의 아들이 태어났다. 헌틀리는 특별한 장소로 내 마음속에 남아있다.(리 Li)’, ‘누가 뭐래도 헌틀리는 나의 천국이자 낙원이다. 나만의 보금자리에서 쉼을 얻고 힘을 얻는다.(에블린 Evelyn)’ 등 지역 사람들이 적은 헌틀리에 대한 고백을 읽으며, 헌틀리가 얼마나 소중한 곳인지 다시금 깨달았다.
부정적인 경험보다 환대의 기억을, 비난하는 목소리보다 다정한 인사를 더 오래 붙잡기 위해서 사진을 찍는다. 사진을 찍으면서 행복했던 순간을 더 선명하게 기억하고 격려와 칭찬을 더 크게 듣는 법을 배운 듯하다. 분명 헌틀리에는 대도시에서 편하게 누리던 많은 것들이 없었지만, 이곳에만 있는 것들이 있었다. 그 특별한 것들은 내가 특별하게 바라볼 때에만 형체를 드러냈다. 헌틀리를 ‘작아서 볼 것 없는 마을’이라고 말하기보다, ‘작아서 더 가까워질 수 있는 마을’이라고 여길 때, 그 시선의 차이는 결코 작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