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영유아 교육시설, 플레이센터에서 4년을 보내며 [다정한 시선 #27] 2026.05.06
공동 양육의 맛!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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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되고 가장 달라진 점은 로이와 같은 어린아이들이 예뻐 보이는 것이었다. 정말이지 예쁘지 않은 아이는 없었다. 먼저 어른에게 관심을 보이며 자기소개를 하는 아이, 애벌레를 발견했다며 환호성을 지르는 아이, 자기가 언니의 자전거를 물려받을 만큼 컸다며 자랑스러워하는 아이, 혼자 걸어가고 있는 아이에게 외로울 테니 같이 걷자고 말하는 아이. 작은 아이들의 조그마한 목소리가 크게 들리고, 아직 말을 못 하는 아이라도 무엇을 하고 싶은 건지 표정이 읽혔다. 로이가 6개월이 되던 무렵부터 동네에 있는 플레이센터를 다녔는데, 그 덕에 귀여운 친구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플레이센터는 뉴질랜드에만 있는 영유아 교육기관인데, 아이들을 맡기는 것이 아니라 엄마들이 직접 센터를 운영하고 선생님이 되어 아이들을 공동 양육하는 곳이다. 1941년에 처음 문을 열어 오랜 노하우를 가지고 있고, 뉴질랜드 전국에 400개 이상의 플레이센터가 있어서 이사를 가고 나서도 근처에 있는 플레이센터를 찾아 로이와 함께 4년을 다녔다.
플레이센터에서의 일과는 아이에게 “오늘은 뭘 하고 싶니?”라고 물어보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그네를 타고 싶다고 하면 다양한 그네 모양을 직접 고르게 한 뒤 달아주고, 모래 놀이를 하고 싶다고 하면 양동이에 물을 채워 가져다주는데 어찌나 빨리 물을 쓰는지 온종일 물 셔틀을 하기도 한다. 아이들은 흙과 물만 있다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행복해한다. 물을 섞어 흙을 뭉치고, 다시 무너뜨리고, 흙을 통에 담고, 그 통을 쏟아내서 흙을 흩뿌리며 논다. 또 흙 아래에 조개, 동물 장난감들을 숨기고 찾으며 놀고, 흙을 쌓고 또 밟으며, 흙을 파서 길을 만들며, 그 마저도 지겨워지면 흙 위에 누워 몸을 저으며 놀기도 한다. 마치 눈 위에 있는 것처럼 자유롭게 손 발을 휘저으며 자기가 누웠던 흔적을 만드는 아이들을 보면 아이들은 스스로를 행복하게 만드는 능력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
집에서는 치우기가 힘들어서 시도조차 하지 않을 방식들을 플레이센터에서는 마음껏 펼칠 수 있다. 손과 발로 그림을 그리기도 하기 때문에 독성이 없는 물감들을 준비해 두고, 아이들과 매일 다른 방식으로 그림을 그린다. 어떤 날은 아이들이 그네에 엎드리고 타서는 움직이며 바닥에 놓인 종이에 그림을 그리고, 어떤 날은 물감을 플라스틱통에 담아 사다리 위에 매달고 탁구를 치듯이 통을 쳐서 물감을 떨어뜨리며 그림을 그리게 한다. 또 종이를 벽에 붙여두고 솜에 물감을 묻혀서 던지며 그림을 그리기도 하고, 햇빛에 동물 모형을 세워두고 그림자가 지는 모양을 따라 그림을 그리기도 한다. 플레이도우 만들기도 자주 하는데, 아이들과 함께 밀가루, 소금, 색소, 따뜻한 물 등을 섞어서 직접 만든다. 아이들이 계량컵을 사용해서 밀가루를 푸면서 얼굴에는 물론 바닥에도 밀가루 천지가 되지만 어지러워질수록 아이들은 많이 웃는다. 리비는 자기가 직접 고른 노란색 색소를 넣어 플레이도우를 만들고는 내게 느껴보라며 “Feel it.”이라고 말했다. 난 만드는 걸 도와주기만 하고 직접 가지고 놀지는 않았는데, 만져보니 정말 부드럽고 따뜻했다. 아이들과 같이 있다 보면 내 안의 아이가 깨어나는 기분이 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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솜에 물감을 묻혀서 던지며 그림을 그리는 모습. 아이들은 솜 던지기가 지겨워지면 손에 물감을 묻혀서 찍거나 물감을 뿌리면서 논다. 늘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흘러가지만, 생각지도 못한 발견과 재미를 만들어 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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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덕분에 나 역시 평소에 하지 않았던 것, 심지어 인생 처음 해보는 일들을 하기도 한다. 센터에는 육상용 크고 두꺼운 매트가 있는데, 아이들은 미끄럼틀 아래에 매트를 깔고 위에서 뛰어내리는 걸 좋아한다. 어느 날은 아이들이 엄마와 같이 뛰고 싶다고 해서, 다 큰 엄마들이 미끄럼틀 위에 올라가 아이의 손을 잡고 같이 점프를 했다. 앞돌기라도 해줘야 하나 싶은 걸 참고 그냥 안전하게 뛰어내렸는데, 별 것 없는 점프였지만 이날이 오래도록 기억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요리를 못해 라면만 끓여 먹던 내가 아이들과 함께 호떡, 김밥, 스콘, 쿠키, 도넛을 만들기도 했다. 반죽을 한 뒤 숙성을 시켜야 하는 도넛을 만들었을 때에는 나 자신도 놀랐다. 사 먹기만 하던 음식들의 레시피를 찾아보고, 아이들과 다 함께 밀가루 반죽부터 숙성, 각자 좋아하는 모양 만들기, 기름에 튀기기까지 해서 완성했을 때는 이게 되는구나 싶어 아이들보다 내가 더 신기해했던 것 같다. 아이들과 페이스 페인팅을 하기도 하는데, 어느 날은 아이들이 스스로 거울을 보며 자신의 얼굴에 그림을 그리고 싶다고 했다. 스파이더맨, 호랑이, 유니콘, 토끼 등 그림을 그려달라고 하던 아이들이 이제는 혼자 하고 싶다고 하고, 키득키득 웃으며 얼굴에 그림을 그리는 모습은 정말이지 사랑스러웠다. 다 그리고 나서는 엄마들에게도 페이스 페인팅을 해주고 싶다고 했고, 파란색을 얼굴 가득 칠해서 스머프로 만들어 놓기도 했다. 다른 곳에서 하면 조금은 부끄럽고 귀찮은 일들도 플레이센터에서는 신나는 놀이가 되었다.
아이들이 자라나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볼 수 있다는 것은 큰 축복이었다. 기어 다니기만 하던 아기가 혼자 일어서서 계단을 한발 한발 올라서는 것을, 첫 미끄럼틀을 타고 놀라는 표정을 볼 수 있는 것은, 무서워서 못하겠다던 아이가 어느새 자라 미끄럼틀 위에서 점프를 하며 노는 것을, 다른 친구에게 양보도 하고 차례를 지키는 모습을 보는 것은 정말 눈물 나도록 감격적인 일이었다. 양육의 맛은 같이 키우는 것이었다. 아이들의 귀여운 모습을 보았을 때, “봤어?”라고 말하며 같이 웃으면 그 기쁨은 배가 되었다. 하루는 로이가 기분이 안 좋아서 인상을 쓰니까 티아가 다가와 눈과 입을 손으로 동시에 잡으며 우스운 표정을 만들었다. 로이는 진심으로 웃겨서 까르르 웃었다. 로이도 따라서 손바닥으로 볼을 누르며 우스운 표정을 지었다. 연약해 보이기만 하던 아이들이 서로의 감정을 살피고 누구보다 다정하게 다른 아이를 위로하는 모습을 본다. 또 한 번은 옛롱이가 미끄럼틀에서 점프하기를 주저하는 마코를 뒤에서 밀어버렸다. 모두가 놀랐는데, 다행히 마코는 다치지 않았고 덕분에 첫 점프를 해냈다. 옛롱이는 “미안해.”라고 말하는 법을 배웠고, 다른 아이를 기다려주는 것을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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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직접 재료들을 계량해서 스콘, 쿠키, 도넛 등을 만들었다. 밀가루를 뜨면서 흘리기도 하지만 아이들은 스스로 만들었다는 뿌듯함을 느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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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그렇게 같이 놀면서 자라났다. 다른 아이와 좋아하는 장난감을 두고 다투면서, 서로 즐겁기 위해서는 차례를 지키며 놀아야 한다는 걸 배우면서, 또 다른 아이가 점프를 하거나 구름사다리를 타는 것을 보고 자신도 용기를 내면서. 서로를 지켜보면서 엄마들도 함께 자라났다. 다른 엄마가 차분하지만 단호한 목소리로 훈육하는 걸 보면서, 아이들끼리 다툼이 일어났을 때 한 발짝 물러나 지켜보며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모습을 보면서, 또 아직 어리지만 다 알고 있다는 생각으로 말해주고 또 말해주는 모습을 보면서, 엄마들 역시 성장하는 시간이었다. 플레이센터에서의 보통의 하루하루를 평생 동안 곱씹으며 살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놀이가 끝난 후 깨끗이 청소하고, 필요한 물품들을 주문하고(엄마들 각자 역할이 있는데, 내 역할은 물품 관리였다.), 센터의 고장 난 부분들을 함께 수리하고, 텀마다 3번씩 만나 회의하고, 저녁에는 온라인으로 영유아 교육 과정을 공부하며 바쁜 나날을 보냈지만 다른 엄마들과 함께였기에 힘든 과정들도 웃으며 회상할 수 있는 것 같다. 추억은 힘이 세니까. 로이는 물론 나에게도 양분이 되는 시간이었음이 분명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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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뉴스레터를 보내 죄송합니다. 개인적으로 기쁜 소식을 나누자면 임신을 하게 되었습니다. 더불어 찾아온 입덧으로 글을 쓰는데 어려움이 있어 당분간 뉴스레터를 쉬어가려고 합니다. 몸이 회복되면 다시 반가운 편지를 전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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